11월 7일 열린 Flutter Korea 2026에 연사자로 참여했다. 아직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오늘 후기를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1. 그렇게 하고 싶어했잖아. 연사어땠니?
평소에는 딱히 아무렇지 않았는데, 전날 잘려고 누우니까 그때부터 설레서 잠을 잘 못잤다. 강제로 눈감고 양 몇백마리 센건지 모르겠다.
아침에 커피 한잔 사들고 올라가서 대기하는데, 네트워킹 런치 전까지는 또 괜찮더라. 근데 내 연사 이전 연사가 시작되니까 그 때부터 좀 미칠것 같았다. 손발을 가만히 둘수가 없었다. 추스리면서 내 자료를 한번 훑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내 시간을 기다렸다.
나는 AI 경험이 주제였기에, AI 트랙으로 편성되었다. 근데 동시간에 구글러가 발표했다.
사실 나도 그거 듣고 싶었는데, 연사해야되서 못들었다. (그런데도 제 연사 들으러 와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30분 중 제일 길었던게 퇴근 전 30분인데, 30분은 사실 진짜 짧은 시간이다. 뭘 하기도 애매한 그 시간이다. 연사하기 전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겪어보니까 우주가 팽창한것처럼 길더라. 30분은 우주의 역사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셀 수 없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며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게 되니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횡설수설을 한건지, 어떤말을 한건지 기억못할 정도로 빠르게 천천히 내 연사가 끝났다...
연결을 더 매끄럽게 했다면 좋았을텐데, 여기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슬라이드를 잘못 넘겨서 다음 페이지에서 말을 하는 등 부끄러워서 중간중간 혼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다들 열심히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끝나고 Q&A에서 질문도 받았다. 그 분께서는 이전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겪었던 분께서도 질문을 해주셨다.
나는 그 경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말씀드렸다. 가애님께서 질의응답 도와주시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그 이야기가 잘 전달되셨는지요?? 혹시 난 모르겠는뎅 하신다면 이 글에서 제가 왜 이런 주제로 준비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뒷장에서)
2. 연사자 해보니까 어땠니?
꿈만 같다. 불과 1년 전에는 내 연사를 듣던 여러분들처럼 Flutter Korea 2026 와서 연사 듣는 사람이었는데, 올해 연사자 햅격 목걸이 걸고 연사한다니, 끝나고 구글러들도 참석한 뒷풀이가 끝나서 전철탈때까지도 안믿기긴 했다.
혹시 내 연사 이전 연사(llamadart로 시작하는 플러터 온디바이스 에이전트)도 같이 들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Flutter 공부를 그 분의 인프런 강의를 들으며 시작했었다. 다른 연사자들도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지만, 몇 년 전에는 이분의 강의를 보면서 Flutter를 공부했는데, 이제는 같은 컨퍼런스에서 연사자로 활동하는게 영광이다.(Flutter 공부하던 당시의 나에게 이야기해 줬다면 믿었을까?)
그리고 연사라는 자리가 막연히 멀게만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관심이 있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번 지원해 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연사하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지원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랑 같이 하시죠.)
3. AI와 함께 스타트업에서 생존하기라는 주제던데 왜 이렇게 정했니?
크게 두가지다. 개발자의 역할, 그리고 AI도 곧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써야된다는 것.
1. 개발자의 역할
나는 학부시절, 취준생, 신입개발자를 겪으면서 개발자의 가치관이 계속 바뀌었다.
학부시절에는 구현을 잘하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했으며, 취준생 시절에는 넓게 소프트웨어 전분야를 알고 내 분야를 깊게 알면서 유지보수하기 쉬운 코드를 구현하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라고 생각했고, 이전 직장에서 훌륭하신 이사님들과 같이 일하면서 현재는 "회사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팔로우쉽을 갖고 유연하게 일하는 개발자"가 훌륭한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는 곧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을 거 같다. 근데 테스트를 작성하고, 좋은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재사용 가능한 코드를 만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그것들이 언제나 최우선이어야 하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상황과 비즈니스 단계에 따라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빠른 시도와 가설 검증을 위해 모든 영역에서 완벽한 품질을 추구하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적 부채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비즈니스가 어느정도 구축이 된 단계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서 우리는 다시 품질을 고려한다. 이를 위해서 테스트를 도입하고, 좋은 품질의 코드를 만들고 코드 리뷰도 한다.
지금 앞단에서 강조하는 모든것들(테스트를 작성하고, 좋은 아키텍처를 만들고, 재사용 가능한 코드를 만드는게)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는 너무 깊게 고려하지 말자.
2. 문제 해결을 위한 AI
AI가 진짜 눈부시게 빠르게 발전한다. 나도 매일 새롭게 나온 기능들을 따라가려고 하지만, 놓칠때도 있다. 이게 나오면 어떻게 할 수 있다. 어떻다더라. 정보의 컨텍스트를 쫓기도 바쁘다. 근데 회사에서 원하는 AI 역량은 제일 최신 기술을 쓰는게 아니다. 어떻게 회사의 업무를 AI로 개선할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전 직장에서 비즈니스를 구축해나가면서 아직 회사가 메꾸지 못한 부족한 리소스를 내가 AI를 이용해서 채우려고 했고, 이런 과정을 담고 싶어서 준비했다.
나는 AI를 통해 다양한 자동화로 업무환경을 개선했지만, 왜 이렇게 개선시켰냐면 결국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를 위해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학생이시라면, 아직 취준하고 계시다면 AI를 어떻게 쓰냐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문제를 해결할려고 하는지도 관심을 가져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4. 내년도 기회가 있다면 하겠니?
당연하지요. 나는 과거의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게 너무 많다. 나보다 시니어 개발자님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나와 비슷한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연사자가 되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5. 구글러 실제로 보니까 좋았다.
AI가 없던 그 시절 Flutter 공부하겠다고 10번은 돌려봤던 유튜브에서 등장하시던 그분들 실제로 보니까 너무 신기했다.(Flutter/Dart PM님 빼고) 이런 컨퍼런스가 정보도 교류하지만 결국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은데, 이번에가 짱짱이었다. 아이돌같은 그분과 사진도 같이 찍었다. 대학 후배들도 나 응원한다고 왔었는데, 얘기해서 후배들이랑도 사진 찰칵했다.
공유하고 싶은데, 저만 간직하겠습니다. 나중에 살빼고 사진다시 찍게된다면(그럴 수 없을거 같긴함) 그 때 올리겠다.
6. 내년을 기약하며
작년에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극을 받았고, 올해는 내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내 발표가 단 한 분에게라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이번 Flutter Korea 2026을 준비해 주신 운영진분들, 함께한 연사자분들, 그리고 부족한 발표에도 귀 기울여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P.S. 다음에 또 만나면 편하게 말 걸어주세요. 저 외향인이라서 말 거는 거 좋아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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